지난 편지 기억하실까요?
이런 내용이 있었어요.
내가 누군가에게 마음 줄 일 있다면. 그중 모르는 사람과 한 번이라도 스친 사람. 둘 중 한 명을 택해야 한다면 전자를 고르긴 어렵잖아요. 그 정도 마음인 듯해요. (약간 훈련소 동기 같기도 하고ㅋㅋ 근데 동기가 중대장보다 나이가 많아ㅋㅋ)
그리고 봄날의 햇살 같은 답서가 도착했습니다.
늦은 나이에 훈련소에 입소해서 중대장보다 한 살 많았는데, 그 사실을 훈련소 나오기 전날 알게 되었다는 사연! (제 동기는 아니지만, 위에서 말한 그 동기를 찾은!)
나만 이상해. 이런 기분일 때 너만 그런 게 아니야, 나도 그랬어. 말해주면 외로움이 덜어지잖아요. 선생님의 답서에 저도 그랬답니다. 세심히 읽어 주시고, 또 공감 어린 이야기를 보내 주시니 발행인은 기쁘기 그지없어요. 더구나 괄호 안의 글은 유심히 보셔야만 기억할 수 있잖아요. 감동이에요.
답서의 발신인은 ‘요즘 왕성히 활동하시는 준셀렙’이 아니라 ‘오랫동안 꾸준히 완전한 셀럽’으로 활동해 온 분이신데요. 「고독에게」와 함께하는 이름 중 제가 유일하게 만나 뵌 선생님이기도 해요. (누구실까요? 정체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ㅎㅎ)
선생님께서 덧붙여 주시기를―저를 오래전부터 조심히, 응원하고 계신다고 하셨어요. 실은 요즘 이렇게 응원 담긴 답서를 종종 받습니다. 행간 가득 남겨주신 건투를 비는 마음을 뒤늦게 발견하기도 하고요. 볼 때마다 궁금합니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 응원해 주실까나. 이윽고 상상합니다. 도대체 당신은 누구시길래.
마침 셀럽 선생님께서 보내 주신 답서에는 아래와 같은 ‘추신’이 있었습니다.
‘고독이 없다면 우리는 글을 쓸까요? 노래를 만들까요? 크고 작은 상상을 할까요?’
이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혼자라는 고독 안에서 우리가 하는 일들. 그중 ‘상상’에 관해. 어떤 상상? 타인에 관한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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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타인을 관찰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글 쓰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요? 가끔은 너~~~~~~~무 궁금한 사람을 볼 때도 있어요. 막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저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해! 해요.
곧 가까워질 인연이면 알아가면 되지만 스쳐 지나가는 인연도 많잖아요. 그런 인연 중 너무 궁금한 나머지 저를 갈급하게 만드는 사람 앞에선 하릴없이 탐정이 됩니다. 자그마한 단서들을 모으고 조합해서 그 사람을 짐작해 보는 거예요. 어디서? 고독 안에서.
정답이 공개되지 않을 때는 제가 상상한 그대로 기억하지만, 어쩌다 인연이 된 경우엔 짐작과 실체를 비교해 볼 기회가 생기는데요. 채점하다 보면 머쓱해집니다. 제 짐작과 실체가 너무 달라서. 대부분 오답이었던 것 같아요. 역시 사람은 뜀틀이 아니니까 넘겨짚으면 안 되겠다 싶은데 편지를 쓰다 보면 또 버릇처럼 상상합니다.
선생님은 누구실까요?
구독자 이름 있으니 알 수 있잖아 물으신다면. 이름만으로는 한 사람을 알 수 없으니까요. 더구나 보통은 이름 또는 성을 뺀 이름을 적어주시지만, 다 그런 건 아니랍니다.
이니셜은 흔하고요. 알 수 없는 영문이 참 많아요.(영문을 모르겠어요🤗) 이러니 제가 우리 편지를 국제 뉴스레터로 오해할 수밖에요. 심지어 강아지를 상징하는 단어로 조합하신 분도 계시니. 세계를 넘고 종을 넘는 편지를 발행하는 기분이 듭니다. (나 월드클래스인가? 아니면 강형욱 선생님인가?)
세계도 종도 넘었으니 플랫폼도 넘어볼까요. 인스타그램 계정에도 「고독에게」 관련 스토리를 자주 올리는데요. 적극적으로 반응해 주시는 선생님이 계셔요. 그중 일부는 구독자 명단에서 이름을 찾을 수가 없답니다. (소름) 저는 다시 탐정이 됩니다. 이분인가, 아니 이분인가.
더 무서운 사실은 지금부터. 뉴스레터 하면요. 최근 발행한 편지 스무 편의 개별 오픈율을 볼 수 있어요. 선생님께서 「고독에게」를 얼마나 열어 보셨는지 알 수 있는 거지요. 오픈율 100% 선생님 중에도 제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 있어요! (와 진짜 너무 완전 궁금해) 게다가 ‘빠른 답서’를 보내 주신 선생님 중엔 보낸 사람 이름을 적지 않은 분도 계셔요. (선생님, 저는 선생님의 마음을 받았는데 호명할 수 없는 처지예요. 어쩌지요?)
오래간 이런저런 글을 연재해 와서 기억하는 이름이 많아요. 그리고 자주 지켜봐 주는 분들은 또 다가오시기도 하니까 적어도 이름 정도는 알게 되는데요. 이 뉴스레터에서는 이름만 알거나 그조차 모르거나. 여하간 특별한 예외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너무 궁금해요ㅎㅎㅇㅎㅅㄴㅎㅎ)
이렇게 말하는 저 역시 선생님을 상상하게 했을지도 모르겠군요. 공개된 정보라고 해봐야 대전 사는 곧 중년 아저씨라는 거 말고는 없으니까. 그래서 올해는, 계획보다는 의지에 가까운데요. 가능한 한 많은 선생님을 만나 뵈려고 합니다. 그럴 만한 계기가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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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지원 정기 공모사업’이라는 게 있어요. 각종 예술 사업을 지원해 주는 사업인데요. (응, 그건 사업 이름을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 아닐까?) 지난 1월 지원해 보았습니다. 기대는 없었어요. 제가 지원한 문학-청년 카테고리는 매년 한 명만 선정하고, 저는 미등단 작가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생애 첫 지원사업 도전이라서 아는 게 없었거든요.
뭐라도 해야 마음 편할 것 같아서 지원했습니다. 갑자기 내고 싶은 책도 생겼고요. 지원 후 발표전까지 생각이 조금 변하기도 했어요. 그사이 벌여 놓은 일이 많아서 내심 다음에 제대로 도전해야지, 했거든요.
그리고 발표일이 되었는데요. 저녁까지도 재단 홈페이지가 조용했어요.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 홈페이지에 가봤습니다. 지원 신청 내역은 있는데 결과는 빈칸이더군요. 설거지하고 와서 새로고침 했습니다. 빈칸에 ‘선정’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어요. 헐레벌떡 재단 홈페이지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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