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연초는 잘 보내고 계시는가요? 저는 무탈합니다. 밥 잘 먹고, 잠은 좀 설치고, 〈흑백 요리사2〉도 챙겨 보면서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눈 뜨면 일 생각부터 하지만, 선뜻 작업에 나서지는 못합니다. 프로젝트 후유증이 남은 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서요. 이럴 땐 딴짓을 해야죠. 예, 그러고 있어요.
겨울은 저에게 책 읽기 좋은 계절인데요. 출간 준비하며 (똑같은) 텍스트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책보다는 영화와 시리즈에 눈이 가더군요. 얼마간 울적해서 밝은 기운을 주는 예능 시리즈도 찾아봅니다.
최근 가장 인상 깊게 본 작품은 〈신인감독 김연경〉이에요. 한동안 뜸하던 배구를 다시 보게 만들 만큼 흥미롭더군요.
너무 뒷북인가요? 이거 방영할 때 저는 정신과 시간의 방에서 세상의 소식을 차단한 출판 노동자로 살아서……. 다행히(?) 관련하여 곁들일 소식이 있네요.
제가 사는 이곳은 성심당과 이학민을 보유한 도시로 (우리 집에서) 유명합니다. 이제는 이렇게 말해도 되겠어요. 성심당과 이학민과 인쿠시를 보유한 고장이라고. (이 중 하나는 그짓말…같지만, 놀랍게도 전부 진실)
몽골에서 오셨던(!) 인쿠시 선수가 지난달 대전을 연고로 둔 프로팀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에 입단하셨죠. 저는 마침(?) 프로그램을 늦게 봐서 공백 없이 새 도전을 반갑게 응원하고 있어요. (ㅎㅎㅎ)
써 놓고 보니 보름간 놀기만 한 것 같지만, 오해입니다. 1월이잖아요. 계획을 세우는 중이에요. 작년엔 ‘시도’가 목표였다면, 올해는 ‘의무’에 주목합니다. 스스로 세운 계획에 치이는 기분이 자주 들지만 일단은 let's going on.
_
지난 편지에서 선생님의 계획을 여쭈었죠. 답서를 보내주신 ‘단우’ 선생님의 올해 계획을 (요약해서) 들어보죠. ‘출간과 예술인 등록 그리고 사람들을 자주 만나 대화 나누기.’ 눈길이 머문 건 다음 대목이었습니다.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는 하고자 하는 일로 돈을 벌어서 주변에 더 다정해지는 것.’
돈과 다정. 저는 이 사이에 인과가 존재한다고 믿는 부류입니다. 여기서 돈은, 여유로 불러도 될 것 같아요. 여유 없는 사람은 타인에게 다정해지기 어렵지 않은가 합니다. 내가 괜찮아야 상대를 들여다볼 기회도 생긴다고 믿어요. 예, 경험담입니다.
문필업 종사자치고 풍족하게 사는 분들은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작품으로든, 근황으로든 가난을 자주 얘기하죠. 저 역시 책에 그런 이야기를 담았고요. 늘 다수가 고민합니다.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저의 MBTI는 ENFJ입니다. E는 자주 I로 바뀌고, 일할 땐 F가 T로 변하지만, 여하튼 이 인간은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계획을 세우곤 합니다. 세우다 보면 ‘이게 맞나?’ 싶은 순간을 자주 만나고요.
의심이 들 땐 하고 싶은 일들을 뒤로 미룹니다. 당장의 형편을 떠올리면 모든 게 오답 같고, 사치로 느껴져서요. 돈 되는 일을 먼저 찾는 편입니다. 그러고서 시간 내어 창작을 궁리하죠. 뜻대로 되지 않을 땐 정답 찾기를 멈추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언제는 정답을 알았나. 해야지. 틀려도.
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님을 모를 나이는 지났습니다만, 아직 결과는 모릅니다. (지난 편지에도 썼듯) 과거가 현재를 돕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무의미해 보이는 일들도 나중엔 의미가 되거나 성과의 발판으로 다가오기도 하니까. 오늘 한 일의 쓸모는 현재가 아니라 미래가 정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저의 계획은요. 일단 1분기엔 연재 근육을 다시 길러 볼까 해요. 인스타그램에 『파고』 출간 비하인드를 올리고, 소품실(블로그)에 칼럼을 발행하려고 합니다. 1순위는 따로 있지만…… 그건 금방 보여드릴 수 없을 것 같군요.
물론 편지도 계속 쓸 거예요. 저는 ‘편지 인간’이니까. (ㅎㅎ)
지난달엔 편지의 나날들을 보냈습니다. 「고독에게」뿐만 아니라 메일과 손 편지를 자주 썼어요. ‘책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였는데요.
편지 쓰기는 다른 글을 쓸 때보다 피로한 편입니다. 입장과 의도를 왜곡 없이 전하려니 신경이 곤두서고, 그래서 다 쓰고 나면 진이 빠질 때도 있습니다.
다만 잘 닿았다는 인사가 되돌아오면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_
햇수로 4년째 편지 뉴스레터를 발행 중입니다만, 편지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첫 편지에서 말씀드렸듯 야심은 없지만, 잘 쓰고 싶어요.
선생님이 기다리는 편지, 읽고서 만족할 그런 편지를 쓰고 싶죠. 그래서 읽고 씁니다.
문학 또는 출판 관련 뉴스레터를 자주 읽어요. 누군가 정성을 기울여 쓴 편지를 읽는 일은 쓰는 일에도 도움이 되니까요. 문학계의 흐름이나 다양한 정보도 접할 수 있어 유용합니다. 때로 인물이나 작품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요.
지금껏 여러 뉴스레터를 받아 보았지만, 어느 하나 ‘대충’ 만든 레터가 없더군요. 그 노력을 감히 다 알지는 못하지만, 저 역시 발행인이어서 그 노고를 이해하는 순간들은 있어요. 그럴 땐 더 심도 있게 보려고 노력하죠. 뉴스레터는 다만 읽는 것만으로도 발행하는 정성에 보답할 수 있으니까.
이쯤에서 제가 즐겨 보는 뉴스레터를 소개하면 좋을 텐데 다 좋아서 고르기 힘들군요. 오늘은 수많은 뉴스레터 발행본 중 지금 떠오르는 한 편만 말해볼게요.
출판사 ‘빛소굴’이 발행하는 「유월빛레터」 중 다섯 번째 편지입니다. 레터의 제목은 “편집자 S의 사소하고 은밀한 취미”. 제목만 봐도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그래서 더 이상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 크크.)
_
구독 중인 뉴스레터가 오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해지한 적 없는데 발행이 멈춘 경우. 그럴 땐 마음이 쓰입니다. 바쁜 건지. 아픈 건지. 그것도 아니면 편지 쓸 필요 없을 만큼 충만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까.
가끔은 기다립니다. 소원해진 시절을 통과해 다시 편지가 오기를.
동시에 바랍니다. 그러지 않더라도 잘 지내기를.
편지 쓰기는 계획을 세우는 일과 닮은 데가 있습니다. 사뭇 진지해진다는 것. 내밀한 욕망을 꺼내고 숨기기를 반복한다는 것. 그리고 남겨둔 것들로 오지 않은 시간을 그려본다는 것. 기다린다는 것.
그래서 지금, 제가 가장 기다리는 편지는.
요즘 시리즈를 좀 봤더니
클리프 행어 솜씨가 제법인 이 새벽,
이학민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