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선생님. 어쩐지 백 년 만에 인사를 드리는 기분이네요. 우리 함께 인사하고 또 이야기 나눈 게 전생의 일처럼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연재도 쉬고 인스타그램도 하지 않아서 그럴까요.
5월은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저는 그럭저럭 지냈습니다. 잘 지냈다고, 괜찮은 시간이었다고 말할 수 없겠습니다. 몸도 마음도 안온하지 못했거든요.
그 시간과 고독을 쓰고 지우길 반복하니 남길 말이 많지 않네요. 왜, 그럴 때 있지요? 누구라도 붙들고 하염없이 털어놓고 싶다가도 또 금세 마음이 변해서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을 때.
다만 거짓도 조바심도 보태지 않겠습니다. 이 마음 그대로 오늘은 인색하고 가난한 편지를 전할게요.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기년 간 여름마다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씀드린 적 있지요. 올해는 아직 하지(夏至)도 오지 않았는데 벌써 하지 않는 시간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길을 잃은 것도 같고, 조금 높은 언덕을 오르다가 잠시 주저앉은 듯한 기분도 드는데요. 주저앉은 김에 오래 쉬어가지는 못해도 더 멀리 보고 더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어 보겠습니다.
이윽고 늘 그랬듯 엉덩이 훌훌 털고 일어나 걸어갈 겁니다.
선생님은 한 가지만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걱정은 하지 말아주세요. 부탁드려요. 다음 달엔 안온한 마음으로 인사드릴게요. 오늘도 무탈한 밤 되시길.
내일은 더
활기찰 이 새벽,
이학민 드림. |